부동산은 장기 자본재이자 거주·생산의 그릇이다. 가격은 금리·소득·인구·정책의 삼각형에서 결정되고, 임대료와 공실, 개발·분양의 사이클이 실물과 금융을 잇는다. 이 글은 주거·상업·물류의 세 세그먼트를 같은 틀로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금리 경로·가구 구조·공급 스톡·규제 캘린더를 결합해 의사결정 루틴을 만든다.
금리와 할인율, 임대-가격의 균형
부동산 가치는 현금흐름(임대료–운영비)과 할인율(무위험금리+위험프리미엄)의 함수다. 장단기 금리 상승은 캡레이트를 밀어 올리고, 같은 임대수익에도 가격을 낮춘다. 다만 모든 자산의 탄성은 다르다. 주거는 수요의 필수성이 커 임대의 경직성이 높고, 상업은 경기·온라인 대체에 민감하며, 물류는 전자상거래와 재고전략의 변화에 탄력적이다. 실무에서는 NOI 성장률·캡엑스(유지/개선)·공실 시나리오를 세 구간(기본·낙관·비관)으로 놓고, 캡레이트의 민감도(±50~100bp) 표와 함께 FCF·LTV·DSCR 변화를 본다. 대출 구조는 고정/변동·만기 사다리·코버넌트의 조합으로 리스크를 줄인다. 가격은 사건보다 구조에 반응한다. 할인율의 레짐 전환이 없다면, 단기 뉴스는 소음이다.
인구·가구 구조와 입지 프리미엄의 재분배
인구는 느리지만 강한 파라미터다. 총량보다 가구 수·규모·연령·소득 분포가 핵심이며, 도심 접근성·의료·교육·직주근접이 프리미엄을 만든다. 1~2인 가구의 확대는 소형 평형과 임대 선호를 늘리고, 고령화는 엘리베이터·무단차 동선·의료 접근성의 가치를 높인다. 상업은 유동 인구·체류 시간·테넌트 믹스의 건강도가 임대료와 공실을 가른다. 물류는 고속도로·항만·도심 반경·노동 접근성이 핵심 변수다. 인구·가구 지도의 변화를 주거·상업·물류의 흡수율(Absorption)과 연결해 읽으면, ‘어디를’ 대신 ‘무엇이’ 보인다. 입지는 고정이 아니며, 인프라·규제·수요 패턴이 바꾸는 변수다.
정책·공급 캘린더와 사이클의 길
부동산은 정책 감도가 높다. 세제·대출 규제·용적률·분양가 상한·공공택지·인허가 속도가 공급·수요의 타이밍을 뒤틀 수 있다. 투자·거주 의사결정은 정책 캘린더와 결합해야 한다. 분양·입주 물량의 피크·저점을 시계열로 보고, 지역·상품별 미분양·공실·임대료 추세를 겹치면 국면이 선명해진다. 개발자는 토지비·공사비·금융비용·분양가 규제의 4변수 민감도를 상시 업데이트하고, 사전 분양·후분양·임대전환 옵션을 비교한다. 실수요자는 DSR·금리·세제(취득·보유·양도), 전월세 전환율을 세후 현금흐름에 반영해 ‘주거비/가처분소득’ 상한을 지킨다. 부동산은 타이밍의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칙의 게임이다. 규칙이 있으면 변동은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