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0

세기의 철학자 18편 사르트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실존이 먼저다: 본질, 자유, 책임, 그리고 악신앙실존, 본질, 자유, 책임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로 자신의 철학을 압축했습니다. 이미 정해진 인간의 본성이나 하늘에서 떨어진 설계도가 있고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은 것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정의에 맞춰진 존재가 아니라, 선택과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자유는 선택지를 마음대로 고르는 얕은 임의가 아니라, 늘-이미-선택하고 있는 구조 그 자체입니다. 회사에 남을지, 그만둘지, 혹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미루기’조차 하나의 선택이며,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르트르는 이 책임의 무게를 ‘버려짐’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 2025. 9. 7.
세기의 철학자 17편 하이데거 존재 물음으로 되돌리기 존재를 다시 묻는 출발: 현존재, 세계-내-존재, 세인현존재, 세계내존재, 세인, 돌봄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하이데거의 문제의식은 간명합니다. 우리는 매일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있다’가 무엇인지 잊고 산다는 것. 그는 이 망각을 깨우기 위해,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을 ‘현존재’로 부르며 해부를 시작합니다. 현존재는 세계 밖에서 사물을 구경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이미 도구와 관계 속에 푹 젖어 살아가는 ‘세계-내-존재’입니다. 망치와 컵, 언어와 규칙은 머릿속 정의보다 손과 몸의 사용법으로 먼저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해란 관념적 목록이 아니라, 이미-그러함의 익숙함 속에서 작동하는 능숙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은 쉽게 ‘세인(사람들이 다 그러니까)’의 목소리로.. 2025. 9. 7.
세기의 철학자 16편 니체 가치를 뒤집는 망치와 춤 1. 삶을 긍정하는 언어: 힘에의 의지, 초인, 영원회귀, 가치 전도힘, 의지, 긍정, 변신이라는 네 단어를 먼저 적어 둡니다. 니체의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바탕에는 단순한 물음이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기쁘고 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그는 삶을 억누르는 가르침보다, 살아 있는 몸의 리듬과 기쁨을 먼저 믿었습니다. 여기서 ‘힘에의 의지’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무례한 힘자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넓히고 더 높이는 생명의 충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제의 나를 넘어 내일의 나를 만드는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체는 이 충동이 세계 곳곳에서 서로 부딪히고 어울리며, 새로운 가치와 형식을 낳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완성된 진리를 우상처럼 모시는 대신, 늘 다시 묻고 다시 만드는 .. 2025. 9. 6.
세기의 철학자 15편 카를 마르크스, 역사와 경제를 읽는 비판의 도구 역사유물론, 먹고사는 방식이 사회의 얼굴을 바꿉니다마르크스의 출발점은 아주 현실적입니다. 사람들은 먼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한 사회를 움직이는 바닥을 생산력(기술·도구·노동 능력)과 생산관계(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누가 어떻게 일하고, 누가 이익을 갖는지)로 보았습니다. 이 바닥을 흔히 토대라고 부르고, 법·정치·문화·교육 같은 눈에 잘 보이는 영역을 상부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토대와 상부구조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입니다. 도구와 기술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법과 제도, 가치관이 뒤따라 조정됩니다. 반대로 법과 제도가 특정한 소유 방식과 권력을.. 2025. 9. 6.
세기의 철학자 14편 임마누엘 칸트, 이성과 도덕으로 자유의 기준을 세우다 1. 변증법의 뜻과 오해, 서로 다른 것이 부딪혀 더 나아가는 길헤겔의 핵심 도구는 변증법입니다. 변증법은 어려운 마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힘이 부딪히고 응답하며 더 나은 자리로 나아가는 운동의 방식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한쪽이 완전히 이겨 다른 쪽을 없애는 싸움이 아니라, 대립이 남긴 문제와 장점을 함께 살려 한 단계 올려 세우는 과정입니다. 헤겔은 이 과정을 “없애면서 보존하고, 보존하면서 넘어선다”는 말로 자주 설명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다가 장점 A와 장점 B가 충돌할 때, 어느 한쪽만 밀어붙이면 늘 부작용이 남습니다. 변증법은 두 장점이 가진 핵심 가치를 살리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새 기준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변증법은 승부가 아니라 성장의 언어에.. 2025. 9. 6.
세기의 철학자 13편 임마누엘 칸트, 이성과 도덕으로 자유의 기준을 세우다 1. 순수이성, 우리가 세계를 아는 방식의 기준칸트 철학의 출발점은 순수이성입니다. 칸트는 우리가 세상을 볼 때, 바깥에서 들어오는 감각의 재료와 마음속에 이미 갖춘 생각의 틀이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과 공간 같은 기본 틀, 원인과 결과처럼 질서를 묶는 틀이 있어야 사실들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엮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과학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온도계 수치나 천체의 움직임을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의 공통된 틀 덕분입니다. 다만 이 틀은 현상을 질서 있게 보여 주지만, 현상 너머의 사물 자체를 직접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경험 가능한 것에 대해선 확실히 배울 수 있지만, 그 바깥의 궁극에 대해선 과감한 단정을 삼가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2025.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