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0 세기의 철학자 12편 데이비드 흄, 회의와 공감으로 삶을 가볍게 정리하는 법 1. 경험과 습관, 인과를 믿는 이유를 차분히 따져 보기흄의 철학은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그런데 경험만으로는 ‘왜’라는 질문, 즉 인과를 완전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불씨가 종이에 닿으면 불이 붙는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고 해서, 다음에도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논리만으로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흄은 이 지점에서 솔직했습니다. 인과를 믿는 힘은 엄밀한 증명이 아니라 습관과 반복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이어지면, 우리 마음은 자연스럽게 “또 그럴 거야”라고 기대를 만듭니다. 이 기대 덕분에 우리는 내일을 준비할 수 있고, 생활은 부드럽게 굴러갑니다. 흄은 인과를 부정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인과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근거를 밝혀,.. 2025. 9. 5. 세기의 철학자 11편 존 로크, 경험과 자유로 시민을 세우다 경험에서 출발하는 앎, 말과 사실을 가깝게 두기존 로크의 철학은 어디서 시작할까요? 로크는 “사람의 앎은 경험에서 온다”는 간단한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머릿속에 준비된 지식 꾸러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조금씩 쌓아 간다고 보았습니다. 흔히 “빈 서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는 이 관점은, 어려운 이론을 늘어놓기보다 사실을 천천히 확인하는 태도를 가르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먼저 보고, 필요한 만큼만 가설을 세우고, 다시 실제와 대조하며 고쳐야 합니다. 이렇게 앎을 다루면 실수는 줄고, 남과의 토론도 부드러워집니다. 감정으로 결론을 앞당기지 않고, 근거로 말하기 때문입니다.로크는 언어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 2025. 9. 5. 세기의 철학자 10편 라이프니츠, 단자와 조화로 세계를 이해하는 법 1. 단자, 세계를 이루는 보이지 않는 창단자는 라이프니츠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핵심 개념입니다. 단자는 더 나눌 수 없는 작은 중심이며, 물질처럼 부피나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각과 경향을 가진 존재의 핵입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사물과 생명, 그리고 사람의 마음까지도 각기 다른 단자들의 관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집을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벽돌·나사·나무결이 각자 역할을 하듯이, 세계도 표면 아래에서는 수많은 단자들이 자기 방식의 시선으로 전체를 비춥니다. 단자는 서로에게 물리적으로 구멍을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자는 창문이 없다”는 유명한 비유를 남겼습니다. 이 말은 단자들이 직접 끼어들어 서로를 밀치거나 흔들지 않는다는 뜻이지, .. 2025. 9. 4. 세기의 철학자 9편 스피노자, 자연 속에서 찾는 자유의 기술 1. 신과 자연의 동일성, 범신론의 뜻과 오해스피노자의 철학은 범신론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그는 신을 세상과 분리된 인격 존재로 보지 않고, 신=자연이라는 등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자연은 숲이나 강 같은 풍경만이 아니라, 사물과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적 법칙의 전체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그 법칙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면 젖고, 불에 대면 뜨겁듯, 사람의 생각과 감정도 일정한 원인과 결과를 따라 흘러갑니다. 스피노자는 이 연결을 “필연”이라 불렀습니다. 필연은 운명론처럼 체념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원인을 아는 만큼 다르게 살 길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병의 원인을 알면 치료법을 찾듯, 마음의 원인을 알면 고통을 줄이고 기쁨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는 신을 두려움과 보상으로 사람을.. 2025. 9. 4. 세기의 철학자 8편 데카르트, 흔들리는 세계에서 확실성을 세우는 법 데카르트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았습니다. 전쟁과 학설의 다툼이 잦았고,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옳고 그름이 엇갈렸습니다. 그는 이 흔들림 속에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확실성의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책을 더 많이 읽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점검하는 방법을 만들면, 배움은 운이 아니라 기술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이번 8편에서는 데카르트의 핵심을 방법적 회의와 확실성, 문제를 푸는 네 가지 규칙, 정신과 몸, 일상에 쓰는 실천의 세 갈래로 풀어 설명합니다. 어려운 말은 줄이고, 오늘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하겠습니다. 1. 방법적 회의와 확실성, 나는 생각한다의 의미를 바로 세우기데카르트의 출발점은 방법적 회의입니다. 회의라는 말이 의심을 즐기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헷갈리는 지식을 잠시 옆으.. 2025. 9. 4. 세기의 철학자 7탄 : 토마스 아퀴나스, 이성과 신앙을 잇는 다리 1. 이성과 신앙의 조화, 같은 진리를 보는 두 길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과 신앙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무엇이 참이라면, 이성으로 따져 얻은 결론과 계시로 받아들인 믿음은 결국 같은 진리를 가리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수도원과 대학에서 공부하며, 스승과 토론으로 생각을 다듬었습니다. 당시에는 고대 사상,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이 새로 알려지던 때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철학과 신학이 부딪힌다고 걱정했지만, 아퀴나스는 철학을 도구로 삼아 신학의 내용을 더 분명히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성은 개념을 가르고, 정의를 세우고, 논증의 길을 밝힙니다. 신앙은 사람이 한계를 넘어 궁극적 목적을 바라보게 합니다.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을 넓혀 줍니다.그는 질문을 정.. 2025. 9. 3. 이전 1 2 3 4 5 다음